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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 집짓기의 준비
집 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.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의 집을
구현하려면 집짓기에 앞서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. 좋은 재목을
구하고, 좋은 일꾼을 만나고, 알맞은 시기를 택하는 등등... 그러
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상형 집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
일이 앞서야 한다.
이상형 집의 구현을 위하여 홍만선 선생도 그의 『산림경제』에
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.
조옥(造屋)
⼘ 이미 좋은 터를 정하였으면 이내 집을 짓는다. 좋은 날(손 없
는 날, 집주인의 명운(命運)에 맞는 날)을 택하고 좋은 재목과
건축재들을 골라잡아 법도에 의하여 공사를 시작한다. 무릇 가
사(家舍, 家는 큰집 舍는 작은 집)는 식구의 반을 계산하여 짓
는 것이니 커야 24간 정도면 된다. 큰 규모의 집을 꾀하는 이유
는 재력과 인력의 동원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심히 사람들의 눈
을 어지럽게 하여 자손들을 고스란히 양육할 수 없게 될 수도
있기 때문이다. 예로부터 '큰 집은 무덤에 이르고 작은 집은 좋
은 일을 부른다.'고 하였다.
반드시 피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
⼘ 집은 대체로 높고 밝게 지어야 한다.
⼘ 집 평면의 형상이 '日·月·口·吉'의 글자처럼 한즉 좋고, '工·尸'
의 형상이면 불길하다.
⼘ 수의 사용에서는 홀수를 씀이 가장 좋다고 하며, 따라서 1간,
3간처럼 정한다. 척수(尺數)나 서까래·도리·보의 규모 등도 모
두 홀수로 치목한다.
⼘ 배치에서 문·창·벽이 서로 마주보도록 함은 불리하다. 부득이
창을 마주보게 하여야 한다면, 두 짝으로 구성하는 분합문 보다
는 외짝문을 설치함이 좋다.
⼘ 뒷동산의 툭 불거진 벼랑이 대청 뒤쪽에 있으면 나쁘다. 또
집 한 채만이 홀로 위치하도록 함도 나쁘다. 여러 채의 건물이
배치됨이 좋은데, 사방에 결합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. 또 새로
지은 집이 기왕에 있던 집에 너무 바싹 다가서는 것도 나쁘다.
더구나 새 집의 규모가 작으면 더욱 나쁘다.
⼘ 살던 집의 벽을 뚫고 창(窓)을 내면 재앙이 뒤따른다. 뒷방
을 구획하여 마루를 깔면 나쁘나 마루를 구획하여 마루방을 만
드는 일은 괜찮다.
⼘ 집에 마루만 있고 방이 없음은 가난함을 초래한다.
⼘ 사람 사는 집안은 깨끗하고 산뜻해야 한다. 그래야 영기(靈
氣)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인격(人格)이 도야된다. 그렇지 못하
면 사람에게 나쁘며 사람 또한 깨끗하게 처신하지 못하면 불길
하다.
⼘ 집을 지을 때 집주인은 남의 집 상례(喪禮)에는 가지 않는
것이 좋다.(상량전에는 이를 피하는 것이 속법이다.)
살림집을 꾸미는 법도
⼘ 울타리는 집 둘레 전부에 설치되어야 마땅하고, 연못과 수구
(水溝)는 높낮이가 분명하고 좌향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나, 그
것들이 집밖으로 향하면 불리하다.
⼘ 만일 선조의 무덤과 집이 같은 터에 자리잡게 될 경우, 집
이 무덤 앞쪽에 있어야 마땅하며 무덤이 집 앞에 있으면 안 된
다. 무덤은 집의 기운을 빼앗는 고로 무덤을 집 앞에 위치시키
면 집의 맥을 끊어 집이 쇠락해진다. 집이나 무덤을 막론하고
뒤편에서 흘러드는 용맥(龍脈)을 억누르는 일은 피해야 한다.
이는 그 생기(生氣)를 빼앗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.
⼘ 집에 다섯가지 허(虛)한 점이 있으면 주인을 가난하게 한다.
1허 : 집이 큰 것에 비해 사람 수가 적은 것
2허 : 대문은 큰데 집이 작은 것
3허 : 담장과 울타리가 불완전한 것
4허 : 우물과 부엌이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
5허 : 집터가 지나치게 넓어 집이 차지한 터전보다 마당이 엄청
나게 넓은 것
⼘집에 다섯가지 실(實)한 점이 있으면 주인은 부귀하게 된다.
1실 : 집이 작은 데 비해 사는 사람이 많은 것
2실 : 집이 크고 문이 작은 것
3실 : 담장이 완전한 것
4실 : 집이 작으며 가축들이 많은 것
5실 : 수구(水溝)가 동남으로 흐르는 것
⼘ 부잣집 터의 흙을 몰래 얻어 맑은 물에 개어 대문 위에 바르
면 부자가 되고 그 부잣집도 해치지 않는다. 또 쇠똥을 축(丑)의
땅에 묻고 쇠뼈[牛骨]를 동남에 묻으면 좋아진다.
⼘ 큰돌을 집 네 귀퉁이에 눌러 두면 재이(災異)가 일어나지 않
고, 섣달 그믐날 큰돌 또는 돌기와[石瓦]를 네 귀퉁이에 묻으면
서 복숭아씨를 일곱 알 깨뜨리면 길(吉)하다.
⼘집 지을 때 기둥에 쓰는 나무를 뿌리 쪽이 하늘로 향하도록 거
꾸로 쓰면, 사는 사람들을 거꾸로 섰어도 좋다고 자꾸 외쳐야 겨
우 길함을 얻을 수 있고, 사는 사람들은 두고두고 온포(溫飽)
하여야 겨우 길함을 얻을 수 있다.
경희궁 융복전 설계도 -서궐영건도감의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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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재
홍만선은 목재 장만하는 일에 관하여도 언급하였다.
⼘ 소나무를 벌목하려면 길일을 택해야 나무가 트지 않고 뒤틀리
지 않는다.
⼘ 소나무를 벌목하는 날은 쾌청한 날이어야 한다. 비가 온다든지
하여 껍질에 물이 먹게 되면 나쁘다. 또 오경 때에 소나무 껍질을
벗기면 흰개미가 살지 못한다.
⼘ 집 짓는 재목으로는 소나무를 으뜸으로 친다. 기타 재목들
은 좋다고 하더라도 공랑(空廊)을 짓는 데 쓰이는 정도에 불과하다.
⼘ 4월과 7월에 날을 받아 벌목하면 벌레가 먹지 아니하고 또한
질기다. 버드나무 잎이 늘어지거나 뽕나무 오디가 떨어질 즈음,
나무에 열매가 열어 마침 익으려 하는 시기를 틈타 나무를 베면
아주 좋다. 이 시기를 놓치고 나무를 베면 물에 한 달 가량 담가
두던가 불에 그을려야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.
⼘ 재목은 구부러진 것, 벌레 먹은 것은 피하고, 또 저절로 죽은
나무나 말라비틀어진 것은 쓰지 말 것이며, 벼락 맞은 나무등걸이
나 단풍·대추나무 혹은 사당이나 법당건물·관아건물 뜯은 재목,
배에서 뜯어낸 나무는 쓰지 않는다. 서낭당의 신수사목(神樹社木)
이나 새가 둥우리를 튼 나무로는 집을 지을 수 없다. 집에 쓸 수
없는 나무를 쓸데없이 벌목함은 불가한 일이다.
⼘ 짧은 나무를 이어서 기둥이나 들보·도리에 사용함은 피하여
야한다. 또 나무를 거꾸로 세우는 일도 나쁘다.
⼘ 잡목 중에서 밤나무는 초가집에서 기둥 밑둥을 땅에 묻어 오래
되어도 냣지 않고 문얼굴을 만들면 도적이 들지 않는다.
⼘ 백양(白楊)나무는 재질이 강해서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아 쓸
모가 있고, 오동나무는 널빤지를 만들어 차양(遮陽)하는데 쓰
면 아주 좋다.
이외에 상수리나무·해(穜)나무·가죽나무·칠나무 등 재질이 강한
나무는 잡용(雜用)의 가가(假家)를 짓는 재목으로 쓰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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